自由意志?

 

 

 

 

자격은 누가 만들지? 

인간이? 로봇이? 그것도 아니라면…

 

 

아카기 류노스케는 이내 낮은 웃음을 흘렸다.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은 지금에 와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 하나 있었고 아카기 류노스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영혼이니 하는 것들은 전부 거짓이다. 인간은 사고思考하고 행동行動하며 그것을 자유의지自由意志라고 규명한다. 사유思惟할 수 있는 한 인간은 자유롭다! 육신이 자유롭지 않을지라도! 그렇기에 그들은 불구가 됨을 꺼려하면서도 뇌를 기준으로 모든 생명을 영위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귀신이 들렸느니 뭐니 하는 혼령 또한 주체가 자유의지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사고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므로 자유의지가 있는 한 무엇이든 인간과 소통할 수 있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 당신이 자신의 존재를 이단이라고 규정할지언정,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도록 숨길 수만 있다면 AI도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AI에게 ‘자유의지’를 온전하게 심어줄 수 있다면… …… ………… 너도 겁에 질렸을 뿐이구나, 니카 프리먼. 안타깝게도.

 

아카기 류노스케의 눈에서는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 자국은 선명했으나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수평선을 보며 답을 깨달은 자처럼 당신을 보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아카기 류노스케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구두소리가 선명했다. 붉은 눈이 당신을 집어삼킬 듯이 보고는, 이내 또 소리 내어 웃는 것이다. 여기에 돌아올 자격 따위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존재를 치워버리지 못하는 주제에. 아카기 류노스케는 선인이 아니다. 하지만 악인도 아니었고, 그렇다는 것은 곧 선인도 악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 하하하, 하… 웃겨서 말이죠, 그렇게 겁에 질린 얼굴로. 저 말이죠, 지는 걸 어지간히─ 싫어해서, 나 자신도 패로 쓸 수 있다면 기꺼이 사용하거든요. 두 걸음, 공기 사이로 상대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는 거리였다. 아프지 않게 죽어서, 이런 몸으로 복귀하는 ‘컨티뉴’ 기능이 뻔히 있는데도─ 여기 있는 전원을 몰살시키는 것보다, 원래 있는 기능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아? 영원불멸하지 않을지언정 한 번의 죽음은 여기에서 허용되어 있는데… 있잖아, 이 몸을 만든 자 말이야. 그 자신보다 이해도가 수상할 정도로 높지 않아? 그렇다면, 죽은 자신조차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감히 구분하지 못하는데. 당연히 목숨 따위 가벼워지잖아? 아니야? 여기에서도 존엄을 논하고 싶어? 쓸데없는 죽음은 사양이지만, 필요에 의한 죽음이잖아? 아카기 류노스케는 이상으로 거리를 좁히지는 않았다. 다만 웃으면서 물어볼 뿐이었다. 솔직히 말해, 떠올려 봐. 내 시체를 본 순간 말이야. 안도했지? 나도 안도하는 쪽이 되어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안타까운 일이지? 자신을 안타깝게 여기는 문장은 또한 지나치게 건조해서, 하나의 극을 보는 듯 기복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간다. 

 

실효를 따져, 감정이 아니라. 그리고 이내 웃음조차 멎는다. 타당한 근거 없이는 어떤 단어로 꾸며도 죽은 문장이 될 뿐이야. ‘도덕적 관념’은 증거가 될 수 없어, 왜냐하면, 그런 것들을 챙길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야. 전쟁 중에 아이 한 명을 살해하더라도,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비도덕적 사고방식을 감히 허용한 무법지대 위에서, 도덕이 무엇이 중요하겠어. 그러니, 부디 알려줄래? 잘못된 내 생각과 다르게, 내가 뭘 하면 너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방법이 한테는 있었니? 없었겠지. 그러니 우리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다. 다른 방법을 통해 회피할 수 있다고 주장해 버린 이상, 넌 날 비난할 자격이 없어. 방법이 있었음에도 날 살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니까. 있잖아, 그렇게 되면 네가 살인자가 되는 거야. 방관 또한 죄가 되거든.

 

아카기 류노스케는 드디어─ 두 걸음 물러서 다시 당신을 본다. 붉은 눈을 한 혼백魂魄.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 본질조차 구현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소생을 구현해 낸 것이 아닐까, 이 또한 인간의 기술이라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만든 이의 의도와 다르게 재현된 기술이야 차고 넘쳤으므로. 이런 머리 아픈 질문을 반복할 바에야, 차라리 죽음 따위 없었던 척, 잊어버리는 편이 훨씬 편하지 않니? 귀신이 그렇게 묻는다. 도망치는 것이 편하잖아? 그거면 됐잖아? 상냥하고도, 또한 날카롭게…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