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BIKIRI-GENMAN

 

 

 

 

섬세하지 못한 단어가 파손시키는 유치라는 이름의 공상이 얼마나 되었던가. 동화와 현실의 거리감, 이상을 추구하지 않기에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할 디스토피아의 시민들. 나는 그렇기에 타인이 유치하다고 여기는 그런 것들이 좋다. 순수해질 수 없으므로 순수한 이들이 좋다. 표현에서 웃음이 나오고 잔혹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좋다. 나와 가장 먼 이야기들이 좋다. 그러니 물러지는 것이다. 괜찮습니다, 당신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 터전에는 공상이 검열당하고 상상이 짓밟히므로. 뭐, 그래도 지게 된다면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 말하고 옅지만 확실하게 웃어 보이는 것이다. 

 

당신이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쩐지 당신은 바다보다는 하늘이 생각나는 존재였다. 탁 트인 푸른 하늘 아래, 청렴한 공기마저 수면 위로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다. 땅과 바다의 경계를 흐리고 어디에든 갈 수 있는 존재와도 같다. 동화적인 의미의 해적이라면 나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당신은 역시 모험가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해군 입장에서는 당신이 해적이라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 동화에서나 존재하는 정의로운 해적 말이다. 모험을 떠나고 정의를 구현하는 해적 말이다. 그래서 당신은 나의 이레귤러이다. 편협한 사고를 깨우쳐주는 원동력이다.

 

알 수 없는 이끌림이라.

연장되는 물꼬를 튼 사고에 잠시 따라가지 못했다가, 독한 술 이야기인 줄을 깨닫고 아, 하고 단말마 뱉었다. 맞는 말이다, 좋아하는 데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인과는 분명 실존한다.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언제나 계기가 있기 마련이기는 했다. 좋아하는 것을 접한 순간, 무엇이든 접하지 않으면 좋아할 수 없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좋아한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정확하게는 체온을 높일 요령으로 마셔서 그런 겁니다.매일 술을 달고 사는 것치고는 인간보다 체온이 낮긴 했지만, 혹한을 견디는 데 보드카만 한 것도 없다는 것을 생존 요법으로 배운 이상 몸을 웅크리는 것보다는 어쩐지 술을 찾게 된다.술이 아니라 온기를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 결론을 내린다. 외의 마땅히 짚이는 건 없었는지 잠시 침묵했다.

 

지금은 제가 어떤 사람으로 보입니까? 다만 당신에게 물을뿐이었다.

당신의 눈에 투영되는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