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opiosphere.

 

 

 

 

지탱이라, 이렇게 연약한 소망이? 제가 말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허울뿐이지 않은가. 해군의 싸움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의미한 답을 가져왔는가. 나의 궁극적 목표를 이루는 데 해군의 행적이 과연 도움이 된 적 있던가? 나의 행적으로 안전을 보장받은 이들이 과연 세상 밖에 있는가? 제가 목적성에 대해 이리 답을 내뱉을 때마다 본질적 의문이 슬금슬금 타고 오르는 것이다. 의심,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효, 자신이 또한 마찬가지로 추구하는 그것이 발목을 잡으면서. 무뎌지다니 당치도 않다. 전 무뎌질 필요가 있었다. 목적성을 덕지덕지 붙여서라도 만들어 두지 않으면 무너지기 십상이니까. 당신이야말로, 모든 일에 무르게 행동하는 당신이야말로 아는 일 아닌가. 당신이야말로… 경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야, 당신은… ……

 

중위님이야말로, 정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지 않습니까.

중위님이야말로 정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스스로 정의 내린 이유라 함은, 지금의 자신을 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이 만들어 낸 목적성에 따를 뿐인 말에 자아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 아닌가? 당신과 시작부터 다르다. 당신이 무엇을 추구하며 해군이 되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나, 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있었고 당신이 가진 이상이 보다 더 높은 지위를 허락하고 권리를 제공한다. 나는 간혹 그런 이들이 참을 수 없이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것이다. 올바른 사상을 변질시키는 이들을 얼마나 봐왔는가. 이런 혜성 같은 이들을 향한 불합리를 얼마나 목격했던가. 중위님, 저는 매몰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저는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체스말로 생각하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신념 이상으로 목숨 끊어지는 것이 두려울 때도 많고, 겁에 질려 피하고 싶은 순간도 많습니다. 이런 저는 절대 특정한 사상을 치사량 수준으로 제게 주입시키더라도 매몰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위님은 어떻습니까? 자신의 사상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움입니까, 용기입니까? 저는 그것이야말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겁먹은 자들만이 이상이 실현되지 않은 세계에 낙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도 비겁하다. 나는 참 비겁하게도 살아간다. 내가 인간이기 때문일까? 중위님, 저희는 죽음보다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합니다. 아니면, 내가 배움이 짧아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살아가야 합니다. 당신이 그들을 아끼는 만큼, 당신은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렇기에 죽으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저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 덧붙였다. 맞습니다, 말씀대로 아이들이야말로 세계의 구성요소입니다. 아, 마름모꼴의 두 별이 빛난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총을 드는 세계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총이 없는 삶을 살아본 적도 없는 자가 이런 걸 원해도 괜찮은 걸까요? 준사관이 아닌, 슈냐가 물었다.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물려주기 위해 싸운다는 건 이상한가요?

 


 

아닙니다, 답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중위님의 생각보다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만약 제 후임이 당신 아래에서 일할 수 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 말하며 제 팔을 쓸어내렸다. 본보기라는 것이겠지, 그렇다고 같은 궤적을 그릴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도 않는다. 본질부터 다른 이를 흉내 낸다고 해서 까마귀가 백조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이치였다.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낙담한 것은 아니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었고, 그저 다시금 깨달음을 얻을 뿐이다.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덧붙였다. 목적은 모르지만, 전서구의 사용이 그렇게까지 위험하다고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닿은 이후 실질적 교전이 시작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문제가 되겠죠. 몸이 여기에 있는 이상, 함몰된다면 동반자살이나 마찬가지이니. 육탄전으로 갈수록 더 불리해질 것을 고려하면 통신을 할 수 있더라도 뒤로 미루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살짝 붙어서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에게만 들릴 수준의. 또한, 차라리 이 상황을 기회로 잡아 선박 내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차라리 더 유리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리 말하고는 다시 떨어졌다. 종이와 펜이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오는 것이 천성 군인이었다.

 

저도 돌아가면 마찬가지로 윗선에 올려야겠습니다. 제 말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그쪽에서 먼저 제의한다면 거절하기도 힘들 테니. 이익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손해를 감수하지 않고자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괜찮을 겁니다. 이어지는, 취미냐는 말에 고개 슬 기울이고는 말았다. 취미라고 해야 할까요, 그저… 잔재주를 배웠기에 써먹고 있을 뿐입니다. 해군이 이런 잔재주를 어디서 배웠는지가 의문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고는 의외냐는 듯 고개 까딱였다. 

 

 

yunic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