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 대필 샘플 (2)

 

  외관 서술 

 

 백白색에 가까운 산호색이 투명한 아쿠아마린을 감싸 안는다. 유사색도 보색도 아닌 두 색상은 고명도일수록 제법 인기 있는 색 조합이 된다. 보색을 잘 활용할수록 시각 예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쉬운 만큼 일반인들은 자주 붉은색과 푸른색이 보색이라 착각하는데, 이 둘은 엄밀하게 따지자면 보색의 선상에 놓인 것은 아니다. (중략)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약 10년 차에 접어둔 이 모델의 색상 수용성이다. 이색적인 푸른 눈은 고사하고 얼굴 면적을 차지하는 비늘의 색상을 생각해 보면 (비록 모델의 전체적인 피부색은 연한 빛의 웜톤일지라도) 선홍색보다는 쿨톤에 속한 라벤더 색상이나 약 80%~90%의 색상을 눈 색과 통일한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아쿠아마린 색상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프네우마의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는 모델을 깊게 고려하지 않는 편이다. 하다못해 허리춤에 있는 날개의 색상에 맞추어 그 흉측한 날개를 숨기지도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이번 의상(전신 이미지 참조.)도 가뿐하게 소화해 냈으며 이는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의상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이종족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고려하여 반신을 촬영할 때는 날개까지 담는 일이 잘 없었으나 전신샷을 보면 그 날개가 어우러지지 않을 일이 없다. 로리타 패션에 한해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보장하는 모델을 극찬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의상은 대외적인 로리타 패션의 이미지에 어긋나지 않게 순백의 딸기 크림을 연상시키는 머리와 통일되는 분홍색과 프릴 소재, 리본 등을 과감하게 사용하였으나, 세간의 시선과 다르게 로리타 패션 또한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을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가벼운 천 재질을 사용했다. 특히 상반신 디자인을 넉넉하게 제작하여 화려한 동시에 잠옷과 비슷한 스타일을 차용하여 착용자의 편안함을 보장했다. 앞부분이 트여있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의상임에도 모델의 다소 화려한 외형을 고려하여 가죽 재질의 흰색 가터 2개를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하여 포인트를 주었으며, 신발은 전체적인 디자인에 걸맞게 분홍색 메리제인 구두를 선택함과 동시에 통일성을 위해 발목 부근에 프릴로 제작된 가터를 추가하여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늘 두드러지는 머리 장식으로는 전체 컨셉에 맞게 프릴로 된 머리띠에 롭이어 토끼를 연상시키는 장식을 추가하여 부드러운 재질임을 사진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소품으로 사용된 가방 또한 분홍색 가죽 재질로 이번 의상에 맞추어 특수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능 서술  (로리타 모델)

 

 프시케를 아는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빚어낸 자손 에로스마저 현혹시킨 (비록 ‘운명의 장난’이 존재하는 일화이지만… 아무렴 뭐 어떤가!) 아름다운 인류가 실존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세이렌 프네우마Pneuma, 고대 신화와 이종족에 관심도 없을지언정 5년 전 혜성처럼 떠오른 이름만큼은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의식주(일부 예외는 있을 수 있습니다만…)를 보장받아야 하니 패션이라는 학문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기본적이고, 중에서도 특히 로리타 복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프시케 페트라키스 라비나(이후 서술에서는 편의상, 활동명인 프네우마라고 칭하겠다. 이쪽 이름이 더 친숙할 테니.)는 이종족이라는 태생적인 한계와 종족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모범적인 선례였다. 사진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듯한 만인의 첫사랑, 무의식 속 박애주의를 끌어오는 애정의 원형, 아이들의 꿈과 마법, 동경, 그리고 사랑으로 집결되는… 프네우마의 활약은 끔찍하게 야만적인 차별주의자들 손에 길러졌을지라도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되면 또래 아이들의 입과 돌려읽는 잡지 안에서 질리도록 보게 되고는 한다. 이번 프네우마 신작 잡지 봤어?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예뻐서 무심코 옷 주문할 뻔했잖아. 아서라, 프네우마가 입었으니까 천사 같지.

 

 원초적인 보호본능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어린 외형은 (비록 돌연변이일지언정) 프네우마의 입지를 만든 핵심 요소로 작용하였다. 10년 전 활동 기간부터 로리타 패션이라는 매니아 층이나 알음알음 파고들법한 분야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금까지 변치 않는 외형으로 수명이 다소 짧은 타 모델을 비참하게 만들 정도이다. 물론 이런 질투와 열등감을 한눈에 받는 프네우마와 동일선상에 존재하는 타 모델도 존재했는데…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쌍둥이여도 ‘고스족의 우상’의 일화가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 생략한다. 모델로서의 활동이 활발할 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팬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촬영 때마다 셀카는 기본, 간혹 본인이 직접 찍은 짧은 영상도 업로드되며 가벼운 사담에도 응해주는 모습에서 팬을 향한 애정이 두드러진다. 가장 인기가 많은 게시글은 매일 올라오는 (로리타) 데일리 룩 추천, 스트리트 패션 치고는 벽이 높은 분야임에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엄선한다는 평이 절대 다수인 것을 보면 패션에 대한 감각이 제법 뛰어난 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로리타 패션에 국한되는 사항이다.


 

  공개 성격  절제, 관용, 애정, 다정, 포용, 수긍, 인내 ……… 종종 서늘한?

 

 (명사로서의)모델은 훌륭한 사례, 모범, 본보기 따위의 뜻도 내포하고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역할)모델이라는 단어도 있지 않은가? 여타 다른 동업자와 다를 바 없이 프네우마는 타의 모범이 되는 교과서 같은 이었다. 아름다운 조형에 그 어떤 결함도 불허하는,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응당 당연한 일인 것처럼 모범을 표방한다. 탐욕 없고 자비롭고 온화하며 따스하다. 누가 말했던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사랑해야 한다. 그것을 의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운 천을 엮듯 유순하게 만들어진 단어의 나열, 배려가 묻어 나오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손길, 시샘하는 이들조차 포용한 성인군자의 지지자는 이타를 종족 특성으로 타고난 이종족 못지않을 것이다. 단순히 잘 깎인 조형의 사진을 ‘사랑스럽다’고 하는 이들이 절대다수겠지만, 그의 인성 또한 아름답다며 입 아프게 칭찬하는 언론이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십여 년간 낭설을 제외한 그 어떤 인성 논란도 존재하지 않아 골수팬들 사이에서 신성시 여길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주변에서는 촬영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은 물론이요, 경쟁자라고 할법한 이들에게도 살갑게 대하니 쉽게 미워할 수 없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활동 초반에 질 나쁜 소문이 떠돌기도 하였으나 사랑스러운 외형과 평소에도 두텁게 쌓인 이미지를 통해 궤변이자 낭설임이 금세 들통났으며, 역풍으로 이런 소문을 퍼뜨린 장본인은 업계 퇴출 위기까지 맞이했다 프네우마의 관용으로 겨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모델은 추후 질투에 눈이 멀어 동업자를 음모했다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업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서는 프네우마만큼은 인성 관련하여 문제가 터질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을 영업 멘트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가진다. 흠 없는 피조물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사회적 교류를 죽을 때까지 행하는 인류(이종족을 포함한 대분류)는 완벽한 유토피아를 살아가기 위하여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도덕을 학습하며 사회는 이에 어긋나는 이들을 향한 힐난을 아끼지 않는다. 인류에게 공평하게 적용된 법은 또 어떤가? (현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종족을 향한 차별이 만연하나)반정부적인 일부 예외를 제한 이종족을 위한 사회운동가는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가? 간단하다. 차별 없는 세계가 소위 말하는 유토피아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의 구성원 하나 당 이상향은 하나씩이지 않은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합도 마다하지 않은 현 인류일지라도 여전히 평화로운 세계를 갈망한다. 평화로운 세계는 무엇인가? 평화는 무엇인가? 프네우마에게 성격적 결함이 없다는 것은 저명한 사실이지만, 다소 회의적인 시각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완벽하다는 것이 더 기이하고 소름 끼치게 여겨진다. 특히 차별주의자들에게 야만적이라 힐난 받는 세이렌의 변종이라는 점이 완전무결한 그 성격이 ‘소름 돋다’ 여겨지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그 행실과 무관하게 말이다.

 

yunicorn